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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우리 시대의 분노
저자최유준, 조정환, 공진성, 김기성, 정명중, 한순미, 이선옥, 조태성, 강소희, 주선희, 최유준, 류시현, 김창규, 김경호, 이영진, 박수정
분류[교양]
발행일2013-10-30 판형신국판
ISBN978-89-6849-055-2 (04300)
페이지322 정가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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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신드롬’ 이후 -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바라본 분노
  2011년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출판되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한때 ‘분노 신드롬’이 일어났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분노라는 감정과 관련한 학자들의 진지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듯하다. ‘분노하라’라는 당위의 외침이 무색하리만큼 분노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분노라고 하는 감정적 차원에 대해 냉정한 학문적·비평적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이 점에서 전남대학교 감성인문학사업단의 연구진들과 조정환·공진성·박수정 등이 함께 집필한 신간 『우리 시대의 분노』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심리학 분야의 저서들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분노’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를 분석한 단행본으로는 사실상 최초의 시도에 속한다.

      분노는 어떻게 생산되고 은폐되는가
  이 책에서 분노는 이 시대를 특징짓는 하나의 단어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여러 모순적 면모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 내지는 현미경과도 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참담한 분노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비탄조의 진단이나 ‘분노하라!’와 같은 뜨거운 선언적 명제를 제시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좀 더 차분한 분석적 물음들을 던져보고자 한다.
  분노를 생산하는 우리 시대의 물적 토대는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가? 일상 속에 스며드는 폭력과 분노는 어떻게 체념과 자기파괴로 연결되는가? 분노는 예술작품이나 문화적 양식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고 공명을 일으키는가? 분노를 거세하거나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는 무엇인가?
  저자들은 또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면서 학술적 이론과 개념을 동원하기보다는 분노의 현장을 탐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안개처럼 형성된 이 음울한 감성적 풍경의 이면을 들추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이 책에는 세계화와 자기계발의 논리로 장식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자들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삶의 제반 조건들을 파괴하는 과정, 이러한 사회적 과정에 순응하여 개인들이 스스로 권위주의와 폭력을 용인하게 되는 현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거나 은폐하는 문학·미술·음악·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와 예술작품들, 그리고 시민들과 지식인들이 참여했던 분노와 저항의 기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분노
  문학·역사·철학·인류학·예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살피지만 분노를 개인의 심리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다룬다는 데에 공통의 지향점이 있다. 책의 ‘머리말’에 표명되어 있듯이 “감성 연구라는 지난한 작업은 얽히고설킨 감성의 갈래들을 논리적 잣대로 분별해내기보다는 그 감성의 기원이 되는 사회적 차원을 짚어냄으로써 그 동역학적 흐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에는 ‘분노’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감정들이 함께 거론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분노’를 말하게 되는 것은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와 패자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함’과 ‘배려’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 사회는 증오사회이고, 우리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양도할 메시아(혹은 리바이어던)를 늘 열망하는 만큼 종말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예민함과 둔감함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사이, 우리는 광기와 흡사한 허무주의적 열정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정명중, “증오사회”)
  자본주의에서 승리는 오직 타자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능력을 상실하고 오직 자본축적의 저 사물적 흐름만을 삶의 실제적 논리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즉 인간적 존엄을 상실함으로써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부영은 비정규직 장치가 노동자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존엄하지 못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런데 살펴보면 자본가집단의 구성원도 이 존엄하지 못함에서 전혀 예외가 아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승리한 사람들은 편집증에 시달리게 되며 승리한 위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초조감, 승리에서 오는 독선주의와 엘리트주의, 승리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부단한 가학증에 시달리게 된다.(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또 오늘날에는 한국 사회에서 우파는 우파대로, 좌파는 좌파대로, 노인과 장년층은 그들대로, 청년과 젊은이들은 그들대로 마땅한 지위와 존엄성을 잃었다고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사적인 질서 안에서 자기에게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믿는 그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투쟁해서는 오늘날의 이른바 ‘가치의 다신교적 상황’에서 결코 권리와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사적인 질서들을 아우르는 성찰적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와, 그 질서 안에서 보장되는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오히려 각자의 권리도 지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적인 분노를 느끼고 표출하는 것, 또 그럴 줄 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공진성, “공적 분노의 소멸”)
  결국 이 책의 저자들은 이와 같은 부정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직시를 통해 분노의 감정이 요청하는 도덕성을 찾는다. 그것은 곧 “계급의 적에 대한 적개심과 파괴적 공격의 감정”인 분노가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와 적에 대한 투쟁의 감정”으로서의 사랑으로 전환되기 위한 윤리적 계기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슬픔-분노-사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총서
  『우리 시대의 분노』는 세 가지 감정(슬픔·분노·사랑)을 각각 독립적으로 다루는 세 권의 ‘우리 시대 감성’ 시리즈 총서 가운데 두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세계적 소통 코드로서의 한국적 감성 체계 정립’이라는 아젠다를 가지고 인문한국사업을 수행중인 전남대학교 감성인문학사업단은 지난 3월 『우리 시대의 슬픔』(정명중 외 지음, 전남대학교출판부)을 이미 출간한 바 있고, 이번 달에 출간된 『우리 시대의 분노』에 이어 『우리 시대의 사랑』(2014년 2월 출간예정)을 출간 준비중이다. 감성적 스펙트럼을 통해 포착된 한국 사회의 모습이 세 권의 시리즈 총서 속에 서로 다른 색깔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도서소개 인쇄하기
제1부 들끓는 분노
분노의 정치경제학 _조정환 ㆍ 13
공적 분노의 소멸 _공진성 ㆍ 39
조직의 역설 _김기성 ㆍ 59
증오사회 _정명중 ㆍ 79

제2부 저항의 몸짓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_한순미 ㆍ 101
분노의 화폭 _이선옥 ㆍ 128
마당정신의 시학 _조태성 ㆍ 152
영화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는가ㆍ _강소희ㆍ주선희 ㆍ 171
친밀함의 스펙터클을 넘어 _최유준 ㆍ 191

제3부 폭력과 일상
87년, 뜨거운 여름 _류시현 ㆍ 215
지식인의 분노와 부끄러움 _김창규 ㆍ 239
분노한다 고로 살아간다 _김경호 ㆍ 259
아, 대한민국! _이영진 ㆍ 279
파견 노동자의 일상 _박수정 ㆍ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