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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격리-낙인-추방의 문화사: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The Vision)과 한국문학
저자한순미
분류[문화관광부우수학술교양도서]
발행일2022-04-15 판형신국판
ISBN978-89-6849-880-0 (93800)
페이지402 정가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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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세종도서 선정 우수학술도서>
  잡지 《새빛》은 원래 1963년 《서광》이라는 이름으로 발간하던 잡지를 1964년 8월(제2권 4호)에 개간한 것이다. 《새빛》(The Vision)은 나병 치료/예방/계몽이라는 3대 목표로 설정해 구라 사업을 전개했다. 국내의 나병 치료와 예방, 계몽사업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세계 각국의 요양소 상황을 소개하는 작업을 통해 구라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 기여했다. 나병 계몽 정책을 수립하고 계몽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크게 공헌했다. 그런데 누가 해박한 의학 지식과 대부분 한자어로 적힌 잡지《새빛》을 읽었던/읽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잡지는 과연 한센인들의 입장에서 발언할 수 있었을까.
ㆍ한센병 관리 통치정책과 대중감성의 변화: 의학지식의 대중화
  잡지 《새빛》의 발행인이자 한센병 권위자 유준(柳駿, LEW Joon) 박사는 1962년에 나병(癩病 LEPROSY)를 출간하였다. 《새빛》은 투병기, 생활수기 등을 비롯해 치료와 예방 등에 관한 의료계 소식, 대중 의학 강좌, 계몽 광고, 문예 작품 등 광범위한 자료들을 수록했다. 한센병 관리 통치 정책과 대중 인식의 변모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신은 (이 사실을) 아십니까」, 「나병의 위험과 안전」 등 계몽 광고들은 주관 기관의 성격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조금씩 차이를 보였으며 게재면의 위치도 달라졌다. 《새빛》 1972년 11월호와 《복지》 1972년 11월호 (사단법인 대한나협회)에는 동일한 제목의 광고 「나병은 낫는다」가 게재되었는데 그 내용은 차이가 있다. 계몽의 일환으로 계몽 영화 「그대옆에 가련다」, 나병 계몽극 「미련한 팔자대감」, 계몽만화, 방송극 등 다양한 문예작품들이 활용되었다. 거기에는 한센인/한센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동시에 담겨 있다.
ㆍ한국 한센병 문학의 계보와 자전서사
  잡지《새빛》에는 다수의 한센인 작가들이 어둠 속에 묻혀 있다. 무명생(無名生)/심숭(沈崧), 윤지영(尹之影), 한하운(韓何雲), 김백(金白), 노석현(盧碩賢), 심전황(沈田潢) 등을 중심으로 한국 한센병 문학 계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하운의 연재글 「세계나문학소사(世界癩文學小史)」 「월평선」, 「소록도의 반세기」 등에서 한센인들이 남긴 실화소설, 수기, 역사 기록, 자전문학 등을 만날 수 있다. 무명생/심숭의 『낙화유수』와 『애생금』, 윤지영의 시집 『축복』(1959), 노석현의 창작집 『몇 개의 고독』(1971)과 『오계』(1982) 등에서 한센인들의 이미지와 감각, 표상과 정체성의 변화를 읽었다. 전라남도 나주호혜원에서 지냈던 김백은 「구라상(救癩像) Pioneer’s Profile貌」에서 포사이트(Forsythe), 얼빈(Ervin), 매캔지(Mackenzie), 윌슨(Wilson) 등 외국 선교사 의사들, 그리고 최흥종(崔興琮), 손양원(孫良源) 목사 등 나병 치료와 퇴치에 헌신한 국내외 구라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했다. 국립소록도병원 문예실에서 근무했던 심전황은 소록도의 역사와 이야기를 토대로 『소록도 반세기(小鹿島 半世紀)』(1979)를 연재, 출간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부족하게나마 시인 한하운 외에 조명받지 못한 다수의 한센인 작가들을 드러낼 수 있길 바란다. 한센인 작가들이 남긴 문학작품 및 관련 자료들을 발굴, 수집하는 일은 지속해야 할 과제이다.
ㆍ기독교/반공주의, 정착촌사업과 새마을운동
  《새빛》에서는 한센병의 발병과 전파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제기하고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한센병 발생과 전파, 유행 양상에 관해 지리적 조건 및 풍토의 특성에 근거해 설명하거나, “북괴”에 의한 “세균전” 등과 같은 (가)설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위생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섬세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센병 발생과 전파 경로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은 한국과 일본 한센병 관계자들 및 요양소 환우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던 시기에 나온 것으로 섬세한 분석을 요구한다.
ㆍ한국과 일본 한센병 관계자들의 교류: 재일한센인들의 기록
  《새빛》 1965년 6월호에는 ‘일본 장도애생원 한국인동지회’(1965. 4. 22)가 보낸 「재일교포 환우의 호소」라는 글을 게재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재일한센인들의 실상을 알렸다. 이어서 일본 요양소 애생원(長島愛生園)과 광명원(邑久光明園) 등지에 거주한 재일교포 한센인들의 생활을 소개했다. 재일교포 환우 수기 「형극(荊棘)의 반생기(半生記)」 「한센 환우의 신앙수기」 등 일본 한센인의 기록을 장기간 연재하였다.
ㆍ곁에서 쓴다는 것: 기록을 분산하는 (문학의) 힘
  이 책에서 사용한 ‘곁에서 쓴다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저자는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에서 유신 체제기를 거쳐오는 동안 누적된 한센병 문학 자료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기록/재현하는 주체의 각도를 달리하면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기록을 분산하는 문학의 ‘시위’(revelation)라는 표현은 체계적인 역사 기록에 대항한 ‘무질서/혼란/시위’chaos/confusion/demonstration를 연상하기 위해 사용한다.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자료들이 많다. 아껴둔 것들도 있다. 이 책은 ‘나병 계몽 잡지’ 《새빛》(1964~1979)을 중심으로 나병 계몽 운동의 흐름과 함께 한국의 한센병 문학 자료를 소개하는 기초 연구이다. 향후 본격적인 한센병 문학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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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곁에서 쓴다는 것 / 6
▷ “분홍색 미치광이” ▷ 소각된 사진들
▷ “죽은 자의 시야에 있는 것” ▷ 추방된 몸/연루된 몸

1부. 한국 한센병/문학 연구의 쟁점
1. 격리와 낙인: ‘당신들도 문둥이 되오!’ / 22
2. 추방: 소록도의 안과 밖 / 26
3. 문둥이: “저주의 상징” / 32
4. 유랑: 소록도=나병 / 36
5. 소록도의 다른 역사(들) / 40
6. “나병 생태학” 연구: 유준(柳駿, LEW Joon)의 『癩病 LEPROSY』(1962) 출간 / 46
7. 신체를 구획하는 질병 언어: 본병/객병 / 52
8. 재현의 주체와 각도: 문학의 시선 / 56

2부. 잡지 《새빛》의 구라사업과 계몽 운동의 방향
1. 잡지 《새빛》 창간 배경 및 구라사업 / 63
2. 정복과 정착: 계몽 문예 운동의 과제 / 90
3. 계몽의 표정들 / 118
 
3부. 한국 한센병 문학의 계보와 자전서사
1. 한국 한센병 문학의 계보: 주요 작가 소개 / 147
2. 이미지와 표상 / 172
3. 감각과 정체성 / 190

4부. 문학이 증언/기억하는 역사: 한센병의 재현과 서사
1. 그들의 세계/우리의 세계: “나병과 문학(을 말하다)” / 215
2. 공포와 연민 / 222
3. 서정성 / 226
4. “사자들이 말하는 섬” / 231
5. 실존적 고뇌와 대중적 공감 / 234
6. 저항과 유랑의 기억 / 240
7. 소문과 이야기의 전승 / 246

5부. 의학 지식의 대중화
1. 나병 계몽 광고 / 253
2. 의학 강좌, 생활과 건강 상식 / 267

6부. 위생과 안보: 기독교/반공주의
1. 위생관념의 변화 / 298
2. 기독교 구라운동 / 315
3. 한일 한센병 관계자들의 교류/기록 / 325

나오며: 요약과 과제 한센병 기록을 분산(分散)하는 문학의 시위(示威) / 372

참고문헌 / 372
부록 / 395